85_01.jpg
 
학기 강의 시간표를 짜다가 문득 바하마가 생각이 났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밖을 쳐다보다가 곧 일본의 한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 친구는 일본 산케이신문에서 사진기자를 하다가 지금은 전 세계의 바다에서 대형 동물과 함께하는 다이빙 투어를 진행하는 친구다. 나는 곧 그 친구로부터 투어에 참가가 가능하다는 답장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일정의 리브-어보드를 두 항차 연속으로 예약했다. 그 친구로부터 예약을 확인한 후에는 진행하고 있던 몇몇 대학의 강의를 몰아서 하기로 맘먹고 시간표를 타이트 하게 짰다.
 
85_02.jpg
 
그리곤 강행군을 하다시피 1학기 수업을 모두 마치고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보따리라고 해봐야 수영복 두벌 갈아 입을 티셔츠, 그리고 카메라가 전부였다. 그리곤 인천공항으로 가서 일본 나리따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나리따에 도착하여 컨티넨탈 항공으로 미국 휴스톤에 도착,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플로리다의 웨스트 팜 비치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다시 배에 몸을 싣고 12시간을 밤새 달려 웨스트 바하마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그곳이 여행의 종착지가 아니었다. 바하마에서 입국신고를 하고 2시간 기다렸다가 다시 배로 4시간을 달려 망망대해로 나갔다. 드디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지나가는 배 한척 없는 정말 망망대해였다. 마치 세상의 끝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85_03.jpg
 
그 넓은 바다에 한국 놈은 나 혼자 떠 있는 것이다. 이곳에 온 목적은 단지 하나 야생 돌고래를 촬영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오직 야생 돌고래 촬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 먼 곳에 단지 돌고래를 촬영하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왔다고 하면 정신 나간 짓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예전부터 그려왔던 바하마에 온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야생 돌고래가 있다. 나 외에 일본에 서온 수중사진가들도 5명이나 되었다. 나는 이제부터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사진작업을 하는 것이다.
 
85_07.jpg
 
사실 글로써는 쉽게 이곳까지 왔지만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먼 길을 왔다. 순수한 비행시간만 20시간 정도이고 16시간 동안 배를 타고 온 것이다. 그 먼 시간을 말 할 상대 하나 없이 혼자서 입 냄새라도 새어 나갈까봐 입 꼬~옥 다물고 안 되는 영어 해가면서 혼자 외롭게 온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을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돌고래를 찾아다녀야 한다. 

정말 여행은 누구와 같이 해야지 혼자서는 죽을 맛이다. 젊었을 때는 혼자라도 즐겁고 마냥 좋았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니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세상이 점점 두려워진다. 그 먼 곳을 어떻게 나 혼자서 갈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곤 한다. 그러나 여행은 저질러 놓고 보는 것.
 
85_04.jpg
85_05.jpg
85_06.jpg
 
나름대로 이유도 있었지만. 한동안 수중사진을 찍은 지 오래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아직도 잔잔한 물속 풍경을 찍어놓고 사진이라고 내 놓으면서 만족 해야 하나 하는 맘이었다. 그런 아쉬운 맘이 있어 그동안 간간히 큰 것들을 찍어 모아놓고는 있었지만 몇 가지가 부족한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채우려 이 길을 온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이 나올 즈음이면 나는 아주 먼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의 바바우라는 작은 섬에서 
험프백 웨일(HUMPBACK WHALE) 하고 물속에서 씨름하고 있을 것이다.
 
85_08.jpg
 
내가 승선한 배는 돌핀드림(dolphine dream) 호다.
이 배는 돌고래 전문 투어 배다. 배 선장 겸 주인은 스콧(scott)이라고 미국에서도 돌고래에 관한한 최고로 알려져 있다. 그가 지은 책에는 돌고래 나이를 식별 하는 법에서부터 돌고래에 관한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나는 미국 플로리다의 웨스트 팜비치에서 출발 12시간을 배를 타고 이곳 웨스트 바하마에서 다시 4시간을 달려 이곳 돌고래 출몰지역으로 온 것이다. 

일단은 오랜 시간을 달려왔으니 식사를 하며 휴식에 들어갔다. 그런데 오는 날부터 바다는 그리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 같지가 않다. 참을성 테스트인지 체력테스트인지 조그만 낙엽 같은 우리 배를 마구 흔들어놓고 있다. 그래도 내가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해군 출신이 아닌가. 이 정도는……. 그러나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도대체 이런 바다에서 무슨 사진을 찍으며 돌고래를 어떻게 찍는지 궁금했다.
 
85_09.jpg그런 와중에도 배는 거친 파도를 헤치며 어디론가 계속 가고 있었다. 나는 중심을 잡으려고 비틀 거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요동치고 있는 바다에는 파도만이 가득했다. 알고 보니 선장은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돌고래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야~ 이건 정말 웃기는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야생돌고래는 분명히 항상 온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내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올림픽 수영장 5미터 풀에서 약 한달 동안 스킨다이빙 연습을 열심히 하면서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온 것이다. 중성부력으로 5미터, 3미터 정도에서 머물며 사진 찍는 연습을 숨참 아가며 열심히 했다. 맨몸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중성부력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듯 좀 유심히 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 열심히 연습한 것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것 들이 첫날 첫 순간에 와르르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수영장에서 연습한 스킨스킬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새로운 스킨다이빙 스타일이 나를 놀라게, 그리고 나를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하는 스킨다이빙을 보고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헌데 그렇게 해야지만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매일 그 일이 반복 되는데 그들과 같이 하지 않으면 돌고래를 보면서도 한 장도 사진을 찍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돌고래를 보기조차 힘든 것이다. 
 
85_10.jpg
 
나는 경험은 없지만 패잔병의 마음을 알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기력한 내가 한 없이 밉고 한심스러웠다. 그냥 보따리 싸서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그 넓은 바다를 어떻게 헤엄쳐서 집에 온단 말인가. 배는 정상적으로 돌고래를 찾고 있는데…….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내가 빨리 적응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이틀째, 바다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역시 마찬가지로 돌고래를 찾아 나섰다. 한없이 달리다가 돌고래가 나타나면 배를 정지시키고 돌고래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85_11.jpg
 
오늘도 나는 역시 패잔병이다. 돌고래는커녕 우리 일행도 제대로 찾지를 못하는 것이다.
파도는 매우 높은데 그들은 돌고래를 잘도 찾아 쫏아 다니곤 한다. 그리곤 쉬지 않고 물속을 들락거리며 사진을 찍는 것이다. 결국은 일주일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말았다. 그들이 하는 모습을 보며 말이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 내가 그렇게 초라하고 미울 수가 없었다. 사진 한 장 못 찍고 바다위에 앉아 세월만 보내다가 16시간을 배를 타고 웨스트 팜비치로 나왔다.
 
85_12.jpg
 
호텔에서 1박을 하고 나는 재도전하는 마음으로 다음날 다시 배에 올랐다. 배는 처음과 같이 밤새도록 12시간을 항해하여 웨스트 바하마에 도착한 후 다시 4시간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배가 꼭 밤에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바다는 점점 좋아지는 듯 했다. 그런데 바다가 좋아지니 돌고래가 안 보이는 것이다. 

하루 종일 우리는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앵커를 내리고 망망대해 한 복판에서 밤을 보냈다. 나는 갑판에 나와 다짐을 해 본다. 이제는 3일밖에 안 남았다.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돌고래는 보이질 않고 파도는 다시 일기 시작한다. 정말 사람 애간장 타게 한다. 일본 아이들이 나를 보고 참 나이 먹은 놈이 안됐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걸어 준다. 하나 같이 물에서 나오면 잘 찍었냐고 물어 보는 것이다.

그들은 하우징을 손에 들고 물에서 날아다니듯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다가올 무렵 배의 엔진소리가 작아지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혹시 하고 나갔더니 반가운 돌고래가 7마리정도 무리지어 나타났다. 나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미친 듯이 물로 뛰어들어 돌고래에게 다가갔다. 처음엔 경계를 하더니 이내 호기심을 갖고 주위를 맴돌며 떠날 줄을 모른다. 나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커다란 핸디캡이 있었다. 남들은 모두 디지털 카메라인데 나만 아날로그 카메라였다.
 
85_13.jpg
 
그들은 물에서 나오지 않고 수 없이 사진을 찍어 대는 것이다. 할 수 없다. 기회는 왔지만 한 롤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까지 상이 자기 카메라는 놔두고 나의 또 다른 카메라, 즉 여벌로 가지고간 하우징을 들고 들어왔다. 그러면서 빨리 찍고 필름이 떨어지면 자기에게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또 하나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동안 그 친구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배로 헤엄쳐가 나의 카메라에 새 필름을 갈아 끼우고 나에게 다시 돌아와 내 옆에서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러기를 여러 번 돌고래가 떠날 때까지 그는 반복하여 새 카메라와 필름을 공수해 주었다. 역시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그는 열심히 필름을 갈아 끼고서 나에게 갖다 주곤 하였다.
 
85_14.jpg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그리곤 돌고래를 쫓아다니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 댔다. 마음속으로 “나는 지금의 찬스를 놓치면 다시는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승부를 건다.”
다까지도 나의 이런 뜻을 알았는지 계속 카메라를 날라주었다. 나는 속으로 “자식 사진기자 후배라서 그런지 눈치가 빠르구먼.” 그는 나의 맘을 헤아리고 도와주는 것이다.
 
85_15.jpg
 
사진을 어느 정도 찍자 돌고래가 약속이나 한 듯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배로 돌아 왔다. 배로 올라오는 나에게 다까지가 기다리고 있다가 나에게 사진이 좋겠느냐고 묻는다. 내가 수고했다고, 그리고 정말 고마웠다고 말하며 아마도 좋은 사진을 찍은 것 같다고 했더니 오히려 그가 더 좋아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휜 킥이 많이 좋아졌다며 굿 휜 킥이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지난주 상태로는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배가 정박하고 쉬는 공안 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을 한 것이다. 

무엇을 찍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덤벙대다가. 배에 올라와서 좀 쉬려니까 이제 그만 보따리 싸라는 듯이 폭풍우가 몰려온다. 모두들 카메라와 수영복 등을 배 안으로 들이고 맥주를 한잔하면서 돌고래에 관한 이야기들로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디지털 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촬영한 돌고래 사진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폭풍우로 흔들리는 배에 몸을 맡기고는 저녁 미팅에 들어갔다.
 
85_16.jpg
 
나중에 비가 그치고 다까지에게 다가가 다시 고마웠다는 말을 건넸더니 그는 아니라고 오히려 사진이 어떨 것 같으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도 날씨도 안 좋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내가 사진을 찍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는 돌고래 사진 만큼은 세계에서 최고의 테크닉을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밥 먹고 매일 그 짓만 했으니 말이다. 나는 아주 멋있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 했다. 내가 지금까지 못 느꼈던 또 다른 사진의 세계가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또 다시 오겠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솔직히 망설여진다.
이젠 나이가 먹어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다까지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과연 나는 몇 장이나 사진을 찍었을까? 나는 몇 롤 못 찍고 돌아왔을 것이다. 그의 부인이 나에게 말한다. 아마도 다까지가 오빠가(내가) 사진기자 선배라서 열심히 뒷바라지 해 준거 같다고.(그의 부인은 일본인 인데 나에게 오빠라고 부른다)
나는 침대에서 몇 롤을 찍었는지 궁금해 필름 롤 수를 세는데 갑자기 목이 메어온다. 너무 고생하며 건진 사진이라서 그런가? 필름 한롤 한 롤이 그렇게 소중하고 예뻐 보일수가 없었다.
 
85_17.jpg
 
나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우리 한국의 다이버들도 한번쯤은 도전해 볼만한 곳이다. 특히 자기가 수중사진 좀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번쯤 가서 새로운 스타일의 사진 세계를 경험하고 오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바다를 한번정도는 보아야 한다. 그 아름다운 바다색을 나는 카메라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야생 돌고래 찍는 요령, 돌고래 움직임을 보는 방법, 다가가는 요령, 돌고래와 어울리는 방법, 준비물 등 여러 가지 배울 것들이 많다. 내가 가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나중 기회가 되면 사진하는 후배들에게 지면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 작은 것에 연연 하지 말고 큰 것에 도전 해 보라 그러면 더 큰 기쁨이 다가올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나는 다까지와 같이 아주 먼 곳에 있을 것이다. HUMPBACK WHALE과 컵라면 먹으면서 말이다.
 
85_18.jpgNamon / Tino
Namon Chang as an underwater photo-grapher not only has devoted in Joong-Ang Daily Newspaper for 20 years, but also has played an active part in several war fields such as yongyang, Rewanda, Somalia and Iraq as a war correspondent. 

He, known as an expert underwater photo-grapher as well as a journalistic photographer, is operating Korea Underwater Photography School nd is presently working on his photography projects at various world-wide famous dive site.